할 일 앱 쓰는 것도 할 일이었다.
머릿속에 뒤섞인 걸 thrw에 쏟아냈다. 돌아온 건 놀랄 만큼 깔끔하고,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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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스토리는 한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.
Thrw Here를 열고 머릿속에 있던 걸 쏟아냈다. 분류도, 문장 다듬기도 없이.
잠옷 반품 신청 오늘까지
내일 디자인 리뷰 전에 첫 화면 문구 다시 보기
고양이 간식 거의 다 떨어짐
금요일 3시 미용실 30분
반품 얘기하다가 업무, 갑자기 고양이, 그리고 미용실. 순서도 없었다. 목록 고르고 날짜 넣을 생각은 더 없었다.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고 보냈다.
AI가 네 가지로 나눠줬다.
- 잠옷 반품 신청 — 오늘까지.
- 첫 화면 문구 확인 — 내일 디자인 리뷰 전에.
- 고양이 간식 사기 — 날짜 없이.
- 미용실 가기 — 금요일 오후 3시부터 3시 반까지.
맞게 들어갔는지 보고 반영했다. 방금까지 뒤섞여 있던 네 가지가, 다시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할 일이 되어 있었다.
내가 막 쓴 말을 이렇게까지 알아들었다고? 정리된 목록을 보고, 방금 보낸 문장을 다시 읽었다.
잠깐. 내가 먼저 정리해서 넣을 필요가 없었네?
이걸 왜 반가워했는지 얘기하려면, 내가 그전에는 어떻게 적고 있었는지부터 말해야 한다.
간식 떨어진 건 고양이도 아는데
고양이가 간식 서랍 앞에 앉아 있었다. 열어봤더니 딱 하나 남았다.
아, 사야겠다. 폰을 들었다. 친구가 보낸 고양이 영상을 봤다. 우리 집 애랑 똑같아서 답장도 했다.
그러고 폰을 내려놨다. 간식은 안 적었다.
다음 날 또 그 서랍 앞에 앉아 있었다. 나 말고 고양이가. 그제야 생각났다. 아, 간식.
이런 게 하루에 몇 개씩 있었다.
- 엄마가 보내준 쿠키 잘 먹었다고 연락하기.
- 새 잠옷이 너무 커서 반품하기.
- 미용실 예약한 시간 확인하기.
하나하나는 별거 아니었다. 그래서 더 쉽게 미뤘다. ‘이 정도는 기억하겠지’ 하고, 나중에 우연히 다시 떠오르는 데 기대고 있었다.
메일을 읽다가 반품이 생각나고, 반품을 생각하다가 내일 회의가 떠올랐다. 쉬려고 앉아도 머릿속에서는 자꾸 다음 게 나왔다. 몸은 소파에 있는데 혼자 계속 바빴다.
뭘 하나 끝내도 편히 쉬지 못했다. 기억하려고 붙잡고 있는 다른 일이 늘 있었다.
기록 하나 하려는데, 큰맘부터 먹어야 했다
그전에는 Microsoft To Do를 썼다. 업무, 개인, 집안일로 목록을 나눴다. 처음 만들 땐 기분이 좋았다. 이번엔 잘 쓸 것 같았다.
그러다 급하게 ‘간식 사기’ 하나 넣으려니 잠깐 멈췄다.
고양이는 집안일인가, 개인인가. 오늘 살 거면 날짜도 오늘로 해놓을까. ‘간식’만 쓰면 내가 먹는 간식 같으니까 ‘고양이 간식 구매’라고 써야 하나.
지금 서랍 앞에 서 있는데.
잠옷 반품을 적을 때도 비슷했다. 목록 고르고, 제목 쓰고, 오늘 날짜 찾아서 누르고. 이 정도만 하면 되긴 했다. 그런데 그 ‘정도’가 하루에 몇 번씩 생겼다.
여유 있으면 다 했다. 손이 바쁘면 ‘이따 제대로 적자’ 하고 닫았다.
그 ‘이따’는 결국 그 할 일이 다시 생각났을 때였다. 결국 계속 내가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.
Microsoft To Do를 관리하는 것도 일이었다
가끔은 앱을 깔아놓고도 잘 안 쓰는 내가 문제인가 싶었다. 목록을 너무 많이 나눴나. 그냥 한곳에 넣으면 되나.
주말에 다시 정리했다. 목록 이름도 바꾸고, 오래된 할 일도 지웠다. 깔끔해져서 좋았다. (정작 잠옷 반품은 아직 안 했다.)
월요일엔 또 바빴다. 생각난 걸 제대로 적어둘 틈이 없었다.
할 일을 잊지 않으려고 앱을 쓰는데, 그 앱을 잘 쓰기 위한 일까지 생긴 셈이었다. 오늘 해야 할 것만으로도 벅찬 날에는 거기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.
맨 앞의 네 줄이 좋았던 건 그래서다. 정리할 준비가 안 된 채로도 남길 수 있었다. 생각나는 순서대로 쓰고, 나중에 AI가 나눈 걸 확인하면 됐다.
내 머릿속의 세탁기
분리수거 앞에서 잠깐 멍해질 때가 있다. 씻어야 할 용기, 종이, 비닐이 한데 섞여 있다.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하나씩 손봐야 한다.
한꺼번에 넣으면 알아서 나누고, 씻고, 제자리에 놓아주는 기계가 있다고 상상해보자.
내 머릿속이 딱 그랬다. 반품이랑 회의랑 고양이 간식이 한 봉투에 있었다. 그걸 맡기려면 먼저 내가 분류부터 해야 했다. 그래서 꺼내지도 못하고 계속 들고 있었다.
thrw에서는 그 순서가 바뀌었다. 섞인 채로 넣었다. AI가 할 일을 나누고, 적어둔 말에서 기한과 시간을 읽었다. 나는 결과가 맞는지만 봤다.
분리수거까지 해주는 세탁기가 머릿속에 하나 생긴 느낌이었다. 뒤섞인 걸 던졌는데, 꺼내보니 하나씩 집어서 쓸 수 있게 되어 있었다.
이게 되니까 자꾸 넣게 됐다. 잘 적어보려는 생각이 들기 전에, 일단 던졌다. 그 순간만큼은 좀 바보처럼 해도 됐다. ‘이걸 어떻게 정리하지’까지 같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.
가장 좋았던 건 깔끔한 화면이 아니었다. 보내고 나서 머릿속이 훨씬 조용해졌다는 것이었다.
개떡같이 적어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
그 뒤로는 제목을 잘 지으려고 애쓰지 않았다.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생각나는 말부터 넣었다. 말하다 고친 것도 그냥 뒀다.
내가 던진 말
아 촬영 계약서 싸인.. 그거 보내야됨 내일 오전까지 아 아니다 점심 전까지만 보내면 돼
토욜 언니랑 커피 역앞 11시 아 11시반부터 12시까지 보기로함
세탁세제 그 통 거의 비었었나 맞다 바닥임 사야됨
돌아온 할 일
- 촬영 계약서 서명 후 보내기 — 기한: 내일 점심 전.
- 언니와 커피 마시기 — 토요일 11:30–12:00, 장소: 역 앞. 장소는 할 일 설명에 남았다.
- 세탁 세제 사기 — 날짜 없이 남겨둔 할 일.
‘아 아니다’ 하고 고친 말까지 정리돼 있었다. 커피 약속은 처음 쓴 11시가 아니라 11시 반이었다. 세제는 날짜를 말하지 않았으니 날짜 없이 남았다.
내가 쓴 건 생각나는 대로 이어붙인 말인데, 돌아온 건 다시 읽고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목록이었다.
이 차이가 좋았다. 다음에 봐도 알아볼 제목을 내가 먼저 만들 필요가 없었다. 떠오른 걸 놓치기 전에 넣고, 결과가 맞는지만 확인하면 됐다.
아, 요즘은 그냥 적지도 않는다. 모바일 앱에서 마이크를 누르고 말한다.
“아 그 촬영 계약서… 서명해서 내일 오전, 아니 점심 전까지 보내야 돼.”
이렇게 중간에 버벅이고 말을 고쳐도 됐다. 말한 내용이 입력창에 들어오면 한번 보고 보냈다. AI가 정리한 결과는 앞의 예시처럼 ‘촬영 계약서 서명 후 보내기 — 내일 점심 전’이었다.
문장을 잘 쓸 필요가 없더니, 이제 타이핑할 필요도 없었다. 생각나는 걸 대충 말로 꺼내놓고, 알아들은 내용이 맞는지만 봤다.
설거지하다 생각나도, 엘리베이터 기다리다 생각나도 그렇게 남겼다. (꼭 손이 바쁠 때 생각난다.)
책상 정리까지 오늘 할 필요는 없었다
이상하게 머릿속에서는 다 급했다. 반품 신청도, 책상 정리도, 고양이 간식 사는 것도.
목록으로 보니, 전부 오늘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.
반품은 오늘까지 해야 했다. 책상은 언제 정리할지 아직 안 정했다. 날짜 없는 일은 그냥 그렇게 두면 됐다.
모든 걸 오늘 할 일로 만들지 않아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.
그게 꽤 좋았다. 지금 할 일 몇 개가 보이고, 나머지도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.
이제 적고 나면, 하던 일로 돌아간다
반품은 여전히 내가 신청한다. 고양이 간식도 내가 산다. 앱을 깔았다고 집안일이 사라지진 않았다.
대신 ‘반품 잊으면 안 되는데’를 계속 반복하지 않게 됐다.
적어뒀다. 저녁에 목록을 보면 된다. 고양이 간식이 보이면 퇴근길에 사면 된다.
예전엔 하나를 적으려고 앱을 켰다가, 제대로 정리할 기운이 없어서 닫았다. 지금은 그 기운이 없어도 남긴다. 오히려 머리가 복잡한 날일수록 더 막 쓴다.
요즘은 빨래하다가 할 일이 떠오르면 그냥 던져놓는다. 그러고 다시 빨래를 넣는다. 반품이랑 회의까지 계속 생각하면서 양말을 짝짓지 않아도 된다.

